자아해석
'나' 먼저 생각하는 성격은 위험추구형 투자상품 선호
'우리' 의식 강한 한국 사람 안정형 상품 비중 높아
원숭이, 판다, 바나나 중 두 가지를 선택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험 결과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서양인은 원숭이와 판다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동양인은 바나나가 원숭이의 먹이라는 관계를, 서양인은 원숭이와 판다가 포유류라는 점을 선택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이는 동양인이 둘 간의 연관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데 비해 서양인은 포유류라는 공통점을 지닌 독립적 객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실험은 ‘동양인=연관성’ ‘서양인=독립성’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
이런 차이는 개인 수준에서도 나타난다. 동양인이라고 해서 모두 연관성을 우선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리고 개인이 외부 대상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 같은 차이가 존재한다. 자기 자신을 독립된 존재로 생각해 ‘나(I)’라는 관점에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자신을 타인과 관계된 존재로 여겨 ‘우리(We)’라는 관점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전자를 ‘독립적 자아해석’, 후자를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이라고 한다.
자아해석(self-construal)은 여러 재무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저축과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들 수 있다. 중국에서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소에 갖고 싶던 상품이 세일 중인데 그것을 사게 되면 이번달에 저축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독립적 자아해석 경향이 강한 사람은 소비를,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의 사람은 저축을 선호했다. 독립적 자아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충동소비 성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음으로 자아해석은 위험수용 성향을 통해 자산배분 의사결정과 연관된다. 독립적 자아해석 성향이 강할수록 위험추구 성향이 강하고,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이 강하면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다. 한국과 미국의 퇴직연금 내 상품 비중을 비교한 연구는 한국이 미국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높은 것을 한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이 강해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탓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호의존적(독립적) 자아해석→위험회피(추구) 성향→원리금보장(비보장) 상품 선택’의 관계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위험추구 성향을 보일 때도 있다. 자신이 재무적 위험에 빠지더라도 도와줄 주변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경우다. 예를 들어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친구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가리켜 ‘쿠션(cushion) 가설’이라 한다.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완화해줄 존재가 있다고 믿고 위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쿠션 가설은 중국인은 친구 동료 부모 등 거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에도 불구하고 위험추구 성향을 나타낸다고 풀이한다.
자신의 자아해석 성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흔히 쓰이는 방법은 여러 문항에 대해 응답한 뒤 그 결과를 점수로 산출해보는 것이다. 독립적 자아해석과 관련해서는 ‘나는 오해를 받기보다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하는 편이다’, ‘나는 혼자 뽑혀서 칭찬이나 상을 받을 때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나는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고 독특하기를 원한다’ 등 12개 문항에 대해 각각 ‘전혀 그렇지 않다(1점)~매우 그렇다(7점)’ 중 하나로 답하고 평균 점수를 구하면 된다.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은 ‘나의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본인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의 성공보다 타인과의 관계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조직원들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반대할지라도 논쟁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등 12개 문항에 대한 평균 점수를 산출해야 한다. 직장인 168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는 독립적 자아해석 4.74점,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5.20점으로 나타났다.
‘나는 자아해석의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나의 자아해석 성향은 재무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나는 쿠션 가설처럼 재무적 위험에 빠질 경우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 위험추구 성향을 갖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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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먼저 생각하는 성격은 위험추구형 투자상품 선호
'우리' 의식 강한 한국 사람 안정형 상품 비중 높아
원숭이, 판다, 바나나 중 두 가지를 선택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험 결과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서양인은 원숭이와 판다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했다. 동양인은 바나나가 원숭이의 먹이라는 관계를, 서양인은 원숭이와 판다가 포유류라는 점을 선택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이는 동양인이 둘 간의 연관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데 비해 서양인은 포유류라는 공통점을 지닌 독립적 객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실험은 ‘동양인=연관성’ ‘서양인=독립성’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다.이런 차이는 개인 수준에서도 나타난다. 동양인이라고 해서 모두 연관성을 우선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리고 개인이 외부 대상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 같은 차이가 존재한다. 자기 자신을 독립된 존재로 생각해 ‘나(I)’라는 관점에서 사고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자신을 타인과 관계된 존재로 여겨 ‘우리(We)’라는 관점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전자를 ‘독립적 자아해석’, 후자를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이라고 한다.
자아해석(self-construal)은 여러 재무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먼저 저축과 소비에 대한 의사결정을 들 수 있다. 중국에서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소에 갖고 싶던 상품이 세일 중인데 그것을 사게 되면 이번달에 저축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독립적 자아해석 경향이 강한 사람은 소비를,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의 사람은 저축을 선호했다. 독립적 자아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충동소비 성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음으로 자아해석은 위험수용 성향을 통해 자산배분 의사결정과 연관된다. 독립적 자아해석 성향이 강할수록 위험추구 성향이 강하고,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이 강하면 위험회피 성향이 강하다. 한국과 미국의 퇴직연금 내 상품 비중을 비교한 연구는 한국이 미국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높은 것을 한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이 강해 위험회피 성향이 강한 탓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상호의존적(독립적) 자아해석→위험회피(추구) 성향→원리금보장(비보장) 상품 선택’의 관계는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위험추구 성향을 보일 때도 있다. 자신이 재무적 위험에 빠지더라도 도와줄 주변 사람이 있다고 믿는 경우다. 예를 들어 도박에서 돈을 잃었을 때 친구가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가리켜 ‘쿠션(cushion) 가설’이라 한다.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완화해줄 존재가 있다고 믿고 위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쿠션 가설은 중국인은 친구 동료 부모 등 거대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성향에도 불구하고 위험추구 성향을 나타낸다고 풀이한다.
자신의 자아해석 성향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흔히 쓰이는 방법은 여러 문항에 대해 응답한 뒤 그 결과를 점수로 산출해보는 것이다. 독립적 자아해석과 관련해서는 ‘나는 오해를 받기보다는 확실히 아니라고 말하는 편이다’, ‘나는 혼자 뽑혀서 칭찬이나 상을 받을 때 마음이 불편하지 않다’, ‘나는 여러 면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고 독특하기를 원한다’ 등 12개 문항에 대해 각각 ‘전혀 그렇지 않다(1점)~매우 그렇다(7점)’ 중 하나로 답하고 평균 점수를 구하면 된다. 상호의존적 자아해석은 ‘나의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야 본인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의 성공보다 타인과의 관계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조직원들의 의견에 절대적으로 반대할지라도 논쟁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등 12개 문항에 대한 평균 점수를 산출해야 한다. 직장인 168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는 독립적 자아해석 4.74점, 상호의존적 자아해석 5.20점으로 나타났다.
‘나는 자아해석의 두 가지 유형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나의 자아해석 성향은 재무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가’, ‘나는 쿠션 가설처럼 재무적 위험에 빠질 경우 도와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 위험추구 성향을 갖고 있는가’ 등을 생각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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